대중교통 요금감면 혹은 무료화, 유럽의 해법은?
최근 한국 일부 지자체에서 대중교통을 무료화 한다는 소식에 적지 않게 놀랐다. 유럽에서도 수십년 전부터 시도가 되었지만 오랜 기간동안 시스템이 정착하여 시행이 되는 곳은 거의 없어서 한국의 새로운 시도에 놀라움과 함께 과연 지자체의 재정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까지 복잡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유럽과 독일의 무상 대중교통 정책의 현 시점을 살펴보고 어떻게 보완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 글은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발행하는 정기간행물 버스교통 2023년 가을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 대중교통 무료 정책 현황
한 보고에 의하면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 200여개의 도시에서 대중교통 부분 혹은 전체 무료화 정책이 테스트되고 있다고 한다. 그 중에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곳으로는 룩셈부르크, 탈린(에스토니아), 오바뉴(프랑스), 스타방에르(노르웨이) 등이 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해서는 학계, 업계 그리고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많이 대립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심차게 대중교통 무료화를 추진한 도시들 중에서 다시 유상운송으로 전환하는 경우도 있어서 대중교통 무료화가 결코 쉬운 정책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
표1을 통해 유럽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나열했다.
국가명 |
도시명 |
인구(천명) |
대중교통 무료 정책 내용 |
노르웨이 |
스타방에르 |
146 |
2023년 7월~ 거주 시민에 한하여 대중교통 무료 |
독일 |
베를린 |
3.677 |
2019년~ 베를린 거주 16세까지 학생 대중교통 무료 |
비스바덴 |
283 |
2023년 8월~ 17세까지 학생 15유로/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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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샤펜부르크 |
72 |
2018년 12월~ 2023년 토요일 대중교통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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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쿠스부르크 |
301 |
2020년~ 시내 중심가 정류장에서 1정거장 무료 이동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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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브 |
24 |
2021년 11월 ~ 2022년 10월 기간동안 주말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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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린 |
15 |
1998년 독일 최초 대중교통 무료화 2022년 무료화 정책 폐지, 거주시민은 44유로/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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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빙엔 |
92 |
2018년 2월~ 토요일 대중교통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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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델베르크 |
162 |
2021년 주말 대중교통 무료 정책 계획 하였으나 이후 시행 연기 2022년 계획 수정하여 21세 미만 3유로/월, 60세 이상 365유로/년 2023년 9월부터 어린이, 청소년 9유로/월 인상, 60세 이상은 혜택 폐지 |
|
룩셈부르크 |
룩셈부르크 |
645 |
2020년 3월~ 대중교통 무료 |
몰타 |
몰타 |
520 |
2022년 10월~ 거주 시민에 한하여 대중교통 무료 |
벨기에 |
하셀트 |
80 |
1997년~ 대중교통 무료화 2014년~ 19세 미만, 65세 이상만 대중교통 무료로 수정 |
보스니아 |
사라예보 |
291 |
2023년 5월~ 학생, 대학생은 대중교통 무료 |
스웨덴 |
예테보리 |
573 |
65세 이상 대중교통 무료 (다만, 평일 6~8:30, 15~18시 첨두시간엔 무료혜택 중지) |
스페인 |
마드리드 |
3.300 |
2023년~ 65세 이상 대중교통 무료 |
에스토니아 |
탈린 |
437 |
2013년 탈린 시내 대중교통 무료화 2018년 탈린 시 외에도 11개 지역 무료화 2024년 탈린 시 제외 지역 무료화 정책 중단 예정 |
이탈리아 |
카타니아 |
312 |
2018년 10월 카타니아 대학교 학생 대상으로 무료화 현재 20유로/년 요금 인상 |
포루투갈 |
브라간사 |
35 |
2020년 대중교통 무료화 |
포루투갈 |
리스본 |
553 |
2022년 6월~ 거주 시민 중 18세 이하, 23세 이하 대학생, 65세 이상 무료 |
폴란드 |
라돔스코 |
45 |
2023년~ 거주 시민에 한하여 대중교통 무료 |
칼리스즈 |
99 |
2023년 ~ 2024년 거주 시민에 한하여 일시적 무료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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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루앙 |
114 |
2020년 9월~ 토요일 무료 |
몽펠리어 |
299 |
2021년 9월~ 18세 미만, 65세 이상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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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
280 |
2021년 9월~ 18세 미만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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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뉴 |
47 |
대중교통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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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레 |
67 |
2019년 12월~ 대중교통 무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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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
2.146 |
2020년 9월~ 18세 미만 파리 거주 청소년 무료 |
<표1: 유럽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들>
표를 보면 유럽의 많은 도시들이 어린이 혹은 청소년, 그리고 노년층을 대상으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시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일찌감치 대중교통 무료화를 시행했던 도시들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다시 유료화 정책으로 변경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사항이다.
- 1998년 독일 최초의 대중교통 무료 도시가 탄생하다.
도시명 : Templin 주 : 브란덴부르크 면 적 : 379,58 km2 인 구 : 15,599 (2022년 12월 기준) 대상버스노선 : 4개 (시내 및 광역버스 포함) 1998년 : 시내 노선 대중교통 무료화 추진 2002년 : 무료 정책 -> 유료화로 복귀 현재 기준 : 거주 시민 대상 1년 4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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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북쪽 방향 직선거리로 약 80km 떨어진 곳에 작은 지방 소도시 템플린(Templin)이 있다. 2022년 12월 기준 인구 약 만오천명의 소도시는 1998년에 독일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화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시행하게 된다. 1997년 기준으로 1년 대중교통 이용객은 41,000여명으로 집계되었는데,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 시행 후 대중교통 이용객은 1년만에 약 350,000여명으로 약 8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4년간 시행되었으며, 이후 무료화 정책을 포기하고 독자적인 저렴한 대중교통 티켓을 개발하게 된다. 현재 기준으로 템플린시는 매년 약 20만명의 버스이용객 수를 보이고 있다.
템플린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1년에 44유로(약 6만원)의 금액으로 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템플린시를 방문하여 숙박을 하는 경우, 숙박비외에 따로 도시세를 징수하는 대신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차트1: 독일 템플린시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 이후 승객 변화 수치, 출처: Frau Schuchardt/Universität Halle>
- 대중교통 무료화 기대효과
많은 나라들, 도시들에서 대중교통 무료화에 점차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들은 아래와 같이 나열해 볼 수 있다.
o 도시 방문객과 거주자의 이동성 개선
o 도시를 더욱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관광객 유입
o 도시에 대한 이미지 개선
o 소음 및 탄소 배출량을 줄여 환경오염 감소
o 교통량 감소로 도로 안전 사고 감소
o 학생 통학로 개선
o 경제(관광, 무역, 상업)에 대한 간접적인 효과를 통해 도시의 세입 증가
o 관광세로 인한 추가 수입
o 운송 인프라에 대한 투자 감소 또는 불필요한 투자 절감
o 정류장 광고 및 스폰서로부터의 수입
<차트2: 템플린 시의 어떤점이 좋았는지?, 1999년, 방문 관광객 대상 설문>
아직은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를 내세우는 도시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으로 인한 홍보효과 및 도시 이미지 개선효과가 상당히 크게 나타났다.
차트2를 참조해 보면 템플린 시가 무료 대중교통 정책시행 이후 관광객들에게 어떻게 기억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도시를 방문하고 난 후 좋았던 점 중에서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선택한 관광객이 18.1%나 달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 이후에 도시의 관광객이 증가했다는 것은 상업분야에서 세금이 더 많이 거둬진 것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1998년에 약 10% 세수 증가 효과가 있었는데, 1999년에 들어서는 30% 의 세수 증가가 뚜렸하게 나타났다.
<차트3: 템플린 시 상업분야 세금 추이, 유로화 사용 이전 자료라서 구체적인 금액은 표시하지 않음>
- 대중교통 무료화, 그 이면의 어려운 점
대중교통 무료화는 앞서 설명한 수많은 장점이 있는데, 왜 오랫동안 유지하기 힘들까? 관광객도 증가하고 시의 세금 수입도 증가하며, 여러가지 사회 간접 분야에서 이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결국 포기하는 이유는 한 가지로 귀결된다.
바로 시의 재정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차트4: 템플린 시내버스 531번 노선에 투입된 시의 재정지원금, 20분 배차간격 운행, 금액단위 유로>
차트4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중교통 무료화 이후 운수회사에 손실보전을 해주어야 하는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탑승객 숫자가 증가한만큼 손실보전금도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는데, 20분 배차간격으로 운영되는 시내버스 1개 노선에 지원금액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본다면, 노선 숫자가 많고 배차간격이 더욱 촘촘하게 운영되는 도시의 경우 얼마나 많은 세금이 투입되어야 하는지 상상해 볼 수 있다.
현재 템플린 시는 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1년 44유로의 금액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는 숙박비외에 추가 도시세를 걷는 대신에 투숙 기간동안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세계 최초의 대중교통 무료 국가 - 룩셈부르크
템플린 시가 독일 최초의 대중교통 무료 도시였다면, 룩셈부르크는 세계 최초로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실시하는 나라다. 지금까지는 주로 도시별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추진했다면 국가 차원에서 대중교통 무료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 큰 차별점이라 할 수 있다.
국가명 : 룩셈부르크 수 도 : 룩셈부르크 면 적 : 2,586 km2 인 구 : 660,809 (2023년 1월 기준) 대상노선 : 대중교통 (장거리 열차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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룩셈부르크는 연간 티켓 판매 금액이 약 4,100만 유로에 달했고, 전체 대중교통 지원에 예상되는 금액은 5억유로 이상이다. 대중교통 무료화로 인해 투입되는 예산의 대부분은 부자 증세를 통해 마련된다.
룩셈부르크는 오래전부터 단계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요금을 할인해 오면서 무상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 새로운 트램 노선 건설 및 노선확장, 광역 철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및 배차간격 줄이기, 도시 곳곳에 환승주차장 건설 등 여러 분야에서 차근차근 준비를 하였고 2020년 3월 부터 대중교통을 무료화하여 갑작스런 승객 증가에도 편리한 대중교통을 유지하였다.
- 독일 49유로 티켓
2023년 5월부터 시행되는 제도로 독일 전역의 대중교통을 월 49유로에 이용할 수 있다. 반드시 온라인으로만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월 자동결제를 통해 매월 49유로를 지불하게 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 3개월간 시행된 9유로 티켓의 경제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하였는데, 9유로 보다는 비싸지만 현실적인 금액의 가격으로 49유로로 책정이 되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각각 약 15억 유로 정도의 예산을 투입하며 2025년말까지는 가격 변동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후 투입 예산과 재정을 고려하여 가격을 새롭게 변경할 수 있다.
- 학생과 경로우대
첫장에서 소개한 표1을 참고하여 많은 도시들이 학생들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저렴한 대중교통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학생(16세까지)을 대상으로 무료 대중교통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스바덴에서는 학생(17세까지)을 대상으로 월 15유로의 저렴한 가격의 학생티켓을 제공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더 많은 복지를 나눠주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는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여야 하는데, 비스바덴 시에서는 거주자 주차요금을 약 10배 대폭 인상(전: 23.50유로/2년 -> 후: 240유로/2년)하여 마련된 재원으로 학생들의 교통비를 지원한다.
-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되러면
o 지방세 수입 증가 및 요금 정산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고 성공적인 정책으로 유지되지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핵심 문제인 재정 지원과 지방세 증가의 연결고리가 잘 형성되어야 한다.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이기도 한데, 한국에서 거주자 주차요금을 10배 인상한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시민들의 큰 저항 없이 거주자 주차요금이 인상되고 그렇게 마련된 재원이 학생들 대중교통 요금할인에 투입될 수 있으니 시의 재정부담도 크게 덜 수 있다.
o 재정지원 방식
독일 최초의 대중교통 무료 도시였던 템플린시의 경우는 승차 승객 당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설계하였다. 따라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승객만큼 운수회사에 지급해야 하는 보조금도 많이 늘어났는데, 결국 4년 후 무료 대중교통 정책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독일 49유로 티켓의 경우도 티켓 판매 수량만큼을 중앙정부와 주정부에서 지원을 해야하기 때문에 티켓 판매량이 많아질 수록 정부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는 없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대중교통 이용객 수 증가가 뚜렷하다면 승차인원과 상관없이 운송원가에 따른 기본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o 운수사 정산
유럽 법규에 의해 지자체가 운수회사로 지원금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근거 없는 지자체 지원금은 EU 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다. 따라서 국가 단위로 시행되는 제도이던 지자체가 별도로 시행하는 제도이던 관련 법령을 수정하여 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국의 경우는 대중교통 요금이 비교적 단순하고 승하차시 교통카드를 태그하기 때문에 승객 추적이 용이한데, 독일의 경우는 승하차가 자유롭고 수많은 요금제도가 있다보니 정산하는 것이 상당히 복잡하다.
요금연합회로 정산을 해주어야 하는 금액이 발생하고, 운수사로 직접 지원을 해줘야 하는 금액이 발생할 수 있는데, 티켓 판매 수수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요금연합회로 정산을 하게 되어 운수회사로 직접 무상 교통 지원금이 내려갈 일은 적다고 할 수 있다.
운수회사는 입찰 시 계약한 금액을 거의 일정하게 받게 되고, 언제든지 한정면허(10년)가 끝나거나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공개 입찰을 통해 새로운 운수회사가 더 적은 금액으로 입찰 성공하게 되면 언제든지 운수회사는 변경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EU가 목표로 하는 대중교통에서의 자율 경쟁체제이다.
o 무상교통과 자율경쟁
무상 대중교통이 성공하기 위해선 자율경쟁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본다. 운수회사가 끝없이 지자체의 지원을 받고 사업을 유지한다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더 나은 고객 서비스를 위한 투자보다는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모펀드에 의한 재정지원금의 사유화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공공서비스라는 이름하에 대중교통의 자율경쟁을 엄격히 제한하고 기존 사업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으나 결국 준공영제, 공영제를 통해 지원된 재정지원금이 일부 투자자들의 이익만 채워주는 꼴이 되고 있다.
따라서 무상교통을 논의하기 이전에 대중교통의 자율경쟁체제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노선은 시가 소유하되 입찰을 통해 일정 기간동안 운수회사가 해당 노선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운영기간이 만료되기 전 새로운 입찰을 통해 운송원가도 조절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수회사가 선택될 수 있다.
유럽의 도시들은 이런 자율경쟁을 통해 항상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운송사업자를 선택하고 또한 친환경버스의 도입이나 교통약자를 위한 더 좋은 차량 제공 등 여러 목적을 동시에 이루기도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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