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에서 발생된 영동고속도로 버스 대형사고로 인해 대형차(버스, 트럭) 운전기사들의 위험천만한 운전행태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네요. 대형트럭도 사고가 나면 피해규모가 크지만 버스는 사람을 운송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트럭보다 더 큰 위험을 동반한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행현실을 보면 안전운행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부족할 뿐더러 운전자 스스로도 열악한 환경에 적응하며 운전을 하다보니 항상 큰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고 보입니다.
한국의 관광버스 운행 형태를 보면 버스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운행횟수에 따라서 별도의 수당이 붙는 급여구조인데다가 성수기, 비수기 확연한 차이로 인해 성수기에 무리해서라도 조금 더 일해서 돈을 벌어놓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한 몫 합니다.
노선버스는 관광버스에 비해 조금 괜찮은 근무환경이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의 버스기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관광버스의 경우 성수기엔 새벽 4, 5시에 일어나서 운행을 나가고 밤 11, 12시에 운행이 종료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 다음날 또 새벽 일찍 나가야 하구요. 일이 조금 일찍 끝나는 날엔 저녁 7시, 8시에 끝난다고 해도 밤 10, 11시에 출발하는 무박운행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무리한 운행을 요구하는 회사측도 문제가 있지만, 무리한 운행을 요구하면서도 저렴한 요금만 원하는 손님들의 요구 또한 없어져야 올바른 운송문화가 정립될 수 있을 것입니다.
버스기사 스스로도 변화가 있어야 되겠지만, 회사,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손님 등 전체적인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대형사고 위험은 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밖에는 없습니다.
오늘 버스라이프에서는 여러가지 문제점 중에서 한 가지인, 버스기사의 근무시간 규정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일부 언론에서 유럽 버스기사들의 근무시간 규정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버스라이프에서는 자세하고 정확하게 정리하고자 합니다.
♦ 적용범위
- 승객석 8인승 이상의 전세버스
- 50km 이상 운행하는 노선버스
- EU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적용
이 규정이 적용되는 범위는 위와 같습니다. 대여용으로 사용되는 목적(한국의 전세버스)의 버스와 50km 이상 운행하는 노선버스가 이 규정에 적용되며 EU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사용됩니다. 50km 미만의 노선버스의 경우는 다른 규정이 적용됩니다.
♦ 시간의 정의
- 운전시간 : 일일 운전시간, 주간 운전시간, 2주간 운전시간
- 운전 중 휴식시간 / 휴식시간 : 운전중 휴식시간, 일일 휴식시간, 주간 휴식시간
근무시간, 휴식시간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하게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휴식시간도 운전중 휴식시간과 운행 후 휴식시간을 별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 일일 근무시간 규정
- 하루에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9시간으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 휴식없이 운행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4시간 30분입니다.
- 운행 중 최소 45분 이상 휴식하여야 합니다.
(휴식 중 다른 활동 금지, 만약 휴식 이외의 다른 활동을 했다면 그 시간은 휴식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정차 중 승객의 표를 검사하고, 화물칸에서 짐을 싣거나 꺼내는 일을 했다면 그 시간은 휴식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 1회째 최소 휴식시간은 최소 15분 / 2회째 최소 휴식시간은 30분
- 일주일에 2일은 1시간씩 더 연장하여 운행할 수 있습니다.
- 1시간 연장 근무시에는 9시간 정상 운행 종료 후 최소 45분 휴식 후 1시간 연장 운행 가능
- 1일 운행 종료 후에는 다음날 운행시까지 최소 11시간 휴식
♦ 주간 / 2주간 근무시간 규정
- 1주일에 운전할 수 있는 기본 시간은 54시간
- 1주일에 2일 연장근무 포함하여 최대 운전할 수 있는 시간은 56시간 입니다.
- 2주일 동안 운전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90시간 이며,
- 1주차에 56시간을 근무했다면, 2주차에는 34시간만 운전할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참고하시면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 외에도 세부적인 규정이 더 있습니다.
♦ 일일 휴식시간 규정
- 1일 운행 종료 후 다음 운행시까지 최소 11시간 휴식
- 만약 버스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경우 휴식시간 동안 버스는 정지해 있어야 하며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만 합니다.
- 1주일 동안 3번은 일일 휴식시간을 9시간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 일일 휴식시간은 필요에 의해 2등분 될 수 있습니다.
- 일일 휴식시간이 2등분 되는 경우에는 첫 휴식시간 최소 3시간 이상, 두번째는 최소 9시간 이상 쉬어야 합니다.
- 최초 근무시간에서 24시간 이내에 휴식한 시간만 해당 일자 일일 휴식시간으로 인정됩니다.
- 일일 휴식시간과 운전중 휴식시간은 각각 별도로 계산합니다.(운전중 휴식시간은 일일 휴식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 주간 휴식시간 규정
- 1주 운행이 끝나고 다음주 운행 개시전까지 최소 45시간 이상의 휴식하여야 합니다.
- 주간 휴식시간은 24시간으로 축소시킬 수 있으나, 다음 3주간은 매주 무조건 45시간 이상의 주간 휴식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은 디지털 운행기록계에 의해 기록이 되며, 유럽의 디지털 운행기록계는 버스기사 2명(운전자 및 보조운전자)의 운전자카드를 삽입할 수 있습니다. 운전자카드는 면허증과는 별개로 직업으로 운전을 하려면 반드시 운전자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여야 합니다. 운행, 휴식시간 그리고 운행 이외의 근무시간 등은 모두 자동으로 기록이 되며, 경찰관들은 수시로 단속을 합니다. 컴퓨터로 데이터를 내려 받아 바로 분석할 수 있으므로 규정을 위반하여 운전하였다면 현장에서 바로 제재를 받게 됩니다.
경찰은 운전자의 운행기록만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상태도 검사를 합니다. 차량 하부에 들어가서 오일 누유여부, 브레이크 계통, 타이어 마모상태 등 상당히 전문적으로 차량을 검사하며, 이 때 차량의 결함이나 이상여부가 체크되면 중요도에 따라 심하면 더 이상 운행할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오늘 주제는 운전 시간에 대한 내용이니 경찰 단속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자세하게 다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과 유럽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1:1로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잊혀져 버리기 보다는 이 기회에 제도적 보완점을 찾거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토론 등 여러가지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운전자의 근무시간도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며, 위험한 운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요금구조나 급여조건, 근무조건, 그리고 전국민적인 의식의 변화 등이 수반되어 단순히 버스기사 한 명의 문제로 인식하기 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할 때 바람직한 대안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