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지 버스교통 2020년 여름호에 연재한 최원호의 독일버스이야기입니다. 지난 내용에 이어서 Flexible 노선 운영의 다양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6. E 노선
독일 및 유럽국가에는 노선번호가 E로 부여되는 노선들이 있습니다. 알파벳 “E” 로 대표되는 이 특별한 노선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부여된 노선번호 E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는데요, 대표적인 독일어 의미로 첨부(Einlage), 차고지송환(Einrücken), 출동(Einsazt), 임시증차(Entlastung), 대체차량(Ersatzbus) 등이 있습니다. 실제로 노선 성격이나 운영방식에 따라서 여러 의미의 E 노선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량들은 기존 노선의 임시증차 방식으로 사용하면 E15처럼 노선번호와 같이 행선지를 표시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단순하게 E 로만 표시하고 목적지를 함께 표기 합니다.
1) 출퇴근 맞춤버스형 E노선
E노선들은 출퇴근 시간에 주로 집중 배차 되는데요, 버스노선이 연결되지 않는 구간에 출퇴근시에만 수요가 존재하는 경우,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만 E노선을 만들어서 운행을 시킵니다. 첨부된 버스시간표를 보시면 출근시간대에 중앙역 방면으로 그리고 퇴근시간대에 역방향으로 버스가 배차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시간에 배차되는 차량은 중간에 노선번호를 변경하여 다른 노선으로 계속해서 운행되기도 합니다.
2) 무환승 노선조합형 E노선
수많은 노선들이 존재하지만 버스 노선들은 전통적으로 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발달을 해왔으며 특정시간에만 수요가 몰리는 구간 보다는, 하루 평균 광범위하게 승객 수요가 많은 곳 위주로 노선이 만들어지고 버스가 운행되어 왔습니다. 오랜 시간 노선이 운영되면서 주로 승객들이 환승없이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발전되어 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환승을 해야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신규로 직통 노선을 만들자니 하루 평균 수요가 부족한데, 출퇴근 시간에 수요가 많이 발생하는 노선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 독일에서는 2개 혹은 3개 노선을 조합하여 E 노선을 운영합니다. 이런 노선들은 처음 기점에서 A노선으로 출발하여 운행하다가, 중간에 B노선으로 노선번호를 변경하여 B노선 종점까지 운행하는 방식으로 운행됩니다.
학생들이 환승하지 않고 바로 학교까지 갈 수 있도록 하거나, 직장인들 출근길 환승없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운행도중 노선번호가 변경되기 때문에 일부 승객들이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그래서 노선이 변경되는 정류장에서 별도의 안내방송으로 승객들에게 안내를 하기도 하고, 행선지 전광판에 두개의 노선번호를 기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설명 : 137번으로 운행하다가 중간에 337번으로 변경되서 운행된다고 표시되는 전광판)
(설명 : 노선번호에 E를 추가하여 목적지가 원래의 24번 종점이 아니라고 힌트를 주는 방식, 이래서 독일버스들은 노선번호만 보고 승차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도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3) 임시증차형 E노선
기존에 노선이 운영되고 있는 구간이지만 승객이 특정시간에 많이 몰린다면 승객이 몰리는 구간에만 임시 증차형으로 E노선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주로 아침 7시에서 8시 사이에 승객이 많이 몰리는 데, 정규 배차 차량이 10분 ~ 20분 간격으로 운행이 되니까 등교시간, 출근시간에는 정규 배차차량으로는 수요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임시 증차형 E 노선들을 중간에 투입하여 5분 배차 혹은 6~7분 배차가 되도록 하여 승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합니다. 임시증차형 E 노선들은 해당 노선의 전체 구간을 운행하기도 하고, 또는 수요를 분산시킬 수 있는 구간까지만 운행을 하여 최대한의 효율만 뽑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설명 : 15번 노선의 운행시간표, 중간에 46번으로 변경하여 운행하는 경우도 있고, 학생 등교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의 차량 투입 대수에도 차이가 있으며, 일부 차량은 중간까지만 운행)
4) 대체노선형 E
일요일 혹은 공휴일에 지하철 혹은 트램노선의 이용수요가 많이 줄어든다고 하면 이런 경우 버스가 지하철 혹은 트램을 대신하여 투입되기도 합니다. 또는 선로 공사로 인하여 1~2개 역이 철도노선으로 연결이 안되는 경우 운행 중단된 구간에만 버스가 대체되어 투입되기도 하구요. 이런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것이 대체차량형 E노선입니다.
이 경우에 버스는 지하철 노선 혹은 전철노선으로 운행을 하게 되는데요, 버스정류장에 정차하지 않고 전철역 혹은 지하철역에만 정차하면서 철도노선을 대신하여 운행을 합니다.
7. 스쿨버스
독일에서는 두 종류의 스쿨버스가 있는데요, 스쿨버스로 등록되고 분류가 되었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스쿨버스와 특정 학교 및 학생들만 승차할 수 있는 스쿨버스가 있습니다.
스쿨버스는 특정 학교와 계약하여 운영을 하거나, 혹은 학교로 가는 직통 노선이 없는 경우에 별도로 스쿨버스를 만들어서 노선버스로 운영을 하게 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교 자체에서 스쿨버스를 보유하여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관광버스 회사에 위탁을 하여 스쿨버스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한국에는 없는 방식이 노선버스로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대중교통의 연장선에서 스쿨버스가 운영되는 경우는 E 노선표기를 사용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법에 명시된 스쿨버스 표시를 하게 됩니다.
(사진 : 특정 학교의 학생만 승차하는 스쿨버스, 노선번호 대신에 법에 규정된 어린이 표시사용)
비스바덴의 경우 출근시간, 등교시간인 7시~ 8시 사이에 E노선과 스쿨버스를 모두 합하여 승객 수요가 많은 주택가의 경우 1~2분 혹은 2~3분 간격의 배차로 학교나 시내 각 방면으로 버스들이 운행되고 있어서 승객이 몰리는 시간에 최대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내버스로 스쿨버스가 운행되기 때문에 E 표시를 한 스쿨버스들은 일반 승객들도 승차할 수 있어서 출퇴근시 정규 배차 차량의 혼잡도를 완화할 수 있는 큰 효과가 있습니다.
대부분 이런 스쿨버스들은 학생들이 거주지에서 학교까지 환승없이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독일은 보통 학교를 멀리 다니는 경우가 많이 있어서 주거지에서 학교까지 한번에 다니는 버스들이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학생들 때문에 노선을 새로 신설하면 등하교 시간을 제외하고는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노선운영이 상당히 비효율적이게 되는데요, 그래서 등하교 시간에만 E 노선들을 배차하여 학생들이 학교로 등하교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스쿨버스들은 특별히 학교의 요청에 의해서 학생들을 특정한 위치에 내려 주기도 하고 어떤 정류장에서는 학생들이 승하차 하지 못하도록 무정차 통과를 하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처음 버스운행을 시작하고 가장 놀랐던 것 중에서 하나였는데요, 학생들이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서 횡단보도를 건너서 학교로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생각하여 일부 학교의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가 유턴을 해서 학교가 있는 쪽 정류장에 학생들을 내려주고, 다시 유턴을 해서 가던 방향으로 계속 버스를 운행하기도 합니다.
8. AST 택시버스 (Anruf-Sammel-Taxi)
요즘 많이 화자되고 있는 주제중의 하나가 공유자동차, 공유택시인데요, 독일에서는 오래전부터 택시버스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독일어 AST는 Anruf-Sammel-Taxi의 약자인데요, Anruf : 전화하다 / Sammel : 모으다 / Taxi : 택시 의 의미입니다. 말 그대로 전화로 승객을 모아서 운행하는 택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엄연히 택시가 아니라 정식 등록된 노선버스입니다. 따라서 시내버스 회사에서 AST 노선을 운영을 하구요, 노선버스 특성에 맞게 정식 운행시간표도 등록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승객 수요가 극히 적은 노선이기 때문에 실제로 운행은 하지 않구요, 승객이 미리 몇시 몇분차를 이용하겠다라고 버스회사에 예약을 하는 경우에만 그 시간대 버스를 배차하는 방식입니다.
저희 회사는 총 7개의 AST 노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3개 노선은 다른 회사에 위탁을 하여 운영을 하고 있으며, 4개의 AST 노선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AST 노선을 위해서 미니버스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차량들은 1년에 한 두번 운행될까말까 합니다. 운행횟수가 극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버스를 보유하고 준비를 해 놓는 것을 보면 독일스러움을 느낍니다.
AST 노선의 시간표를 예로 보여드립니다.
월요일과 목요일에 일일 총 6회 운행하는 시간표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버스는 운행되지 않는데요, 승객이 특정 시간에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싶으면 회사로 전화를 해서 예약을 하면 되구요, 승객이 예약한 시간에 맞춰 버스가 운행이 됩니다. 시내버스로 등록된 노선이기 때문에 버스 승차권이 있으면 당연히 이용을 할 수 있구요, 별도의 추가 수수료는 없습니다. 최소 버스 운행시간 45분 전에 예약을 해야하구요, 미리 하루전에 예약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AST 노선들은 승객이 1~2명 정도만 탑승을 하기 때문에 버스회사에서 미니버스를 보유하고 있다가 차량을 배차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지역의 택시회사와 계약을 하여 승객이 예약을 한 시간에 버스 대신 택시를 배차하기도 합니다. 승객입장에선 버스 요금으로 택시를 배차 받아서 이동을 하니 괜찮은 서비스이지요.
최근엔 한국에서는 IT를 기반으로 해서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택시버스들이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서비스로 인해 서비스 사업자와 운수회사와의 마찰 혹은 택시업체와의 갈등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독일의 AST의 경우는 100% 노선버스의 범위로 들어가고 정해진 노선에 정해진 시간표로 시내버스 회사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베를린 시의 경우는 시내버스 회사와 신규 서비스 사업자가 공동투자하여 IT 기반의 택시버스를 시범 서비스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운영의 특성상 노선버스의 개념보다는 택시의 확장역영에 가깝기 때문에 시내버스의 연장선으로 검토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총 두차례에 걸쳐 플렉시블하게 운영되는 독일 시내버스의 노선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일반요금보다 정기권을 구입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되고, 이렇게 끌어들인 승객수요를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해서 출퇴근 시간, 등하교 시간에 차량을 집중적으로 추가 배차하여 승객들이 항상 쾌적하게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운영비 절감과 서비스 개선 사이에서 적당한 교집합을 찾아야 하는데요, 이렇게 하기 위해선 버스를 탄력배차 혹은 특정 시간에 집중배차, 더불어 노선 변형 및 확장까지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는 등교시간에만 배차되는 추가 차량들이 있었고, 평소 다니지 않던 코스로 다니는 노선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학교로 버스로 등교하는 것이 불편하지 않았었는데요, 언젠가부터 운영의 편의와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사라지기 시작하더라구요. 등교시간에만 배차되는 버스로 10분만에 등교를 할 수 있던 거리를, 나중엔 환승하여 40분 가까이 걸려서 등교를 해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부모님이 자가용으로 등하교를 시켜줘야 했고, 이런 악순환으로 점점 더 버스 이용객이 줄어들고 경영의 악화로 서비스 질이 다시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로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다음호에서는 플렉시블한 버스 운영이 가능하게 해주는 독일버스기사의 근무패턴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