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한국운수산업연구원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버스교통"에 연재한 글입니다. 버스교통 2019 가을호에 실린 글이며, 계간지 버스교통 혹은 한국운수산업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PDF 파일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버스가 좋아, 버스 및 대중교통에 대해 더 배우고 싶어 무작정 독일로 떠나온, 버스에 죽고 살며 인생이 버스라이프인 최원호라고 합니다. 저는 앞으로 계간지 버스교통을 통해 유럽의 대중교통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독일 현지 운수회사에 종사하며 직접 보고 느끼는 체감형 다양한 소식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중교통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 글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첫번째 주제로 유럽의 대중교통에 대해서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중교통과 장거리교통
제가 살고 있는 독일 및 유럽에서는 대중교통과 장거리교통을 어떻게 구분할까요? 주로 독일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지만 큰 틀에서는 EU 공동규정을 적용받는 사항이 많아서 유럽연합국가들은 대부분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그렇겠지만 독일에서는 근거리대중교통(ÖPNV)과 장거리교통(Fernverkehr)으로 분류를 합니다.
근거리 대중교통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대중교통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을텐데요, 쉽게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사전적 혹은 법적인 의미로 근거리 대중교통이란 사람을 싫어나르는 교통수단 중에 공공성을 띄고 있는 도로, 철도, 수상, 항공교통수단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장거리교통에는 사람 혹은 화물을 싫어나르는 도로, 철도교통수단 중에서 운행거리가 50km 이상인 운송수단이 해당됩니다.
근거리 대중교통
자! 그러면 대중교통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근거리 대중교통은 도로, 철도, 수상, 항공교통수단이 포함된다고 했으며 사람을 싫어나르는 교통수단이라고 했습니다. 택시나 혹은 인력거 같은 경우도 대중교통에 포함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최근에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싫어나르는 교통수단으로 정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유럽의 경우 말이 끄는 버스나 전차가 현재 대중교통의 시초였기 때문에 아직도 대중교통의 카테고리에 말이 끄는 버스와 전차가 들어 있습니다. 또한 증기기관을 사용한 교통수단도 대중교통의 카테고리에 포함됩니다.
이 외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아래의 표 처럼 대중교통에 사용되는 수단을 정의할 수 있습니다.
대분류 | 소분류 | 설명 |
철도교통 | 전차 | 전기를 공급받으며 도로에 건설된 선로로 주행하는 전동차 예) 트램, 노면전차 |
지하철 | 전기를 공급받으며 지하에 건설된 선로로 주행하는 전동차 예) 지하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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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철 | 전기를 공급받으며 지상에 교각으로 건설된 선로로 주행하는 전동차 예) 서울 지하철 2호선 중에서 지상구간처럼 전체 노선이 운영되는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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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us | 트롤리버스 | 상부의 전력선과 버스가 연결되어 있고, 연결된 전력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운행되는 버스. 한국에서는 트롤리버스라는 용어가 잘못 사용되고 있어서 의미를 혼동하실 수 있습니다. |
버스 | 배터리전기버스 | 버스에 장착된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버스 |
엔진구동버스 | 연료를 사용하여 엔진을 구동하고 운행하는 버스. 액체연료(디젤, 휘발유, 에탄올 등), 가스연료(CNG, LPG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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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 | ||
수상교통 | 선박 | 다리가 없는 강 혹은 섬지역에서 운행되는 선박교통 |
항공교통 | 케이블카 |
그렇다면 실제로 독일에서는 어떤식으로 대중교통이 운행되고 있을까요?
독일을 여행해보신 분들이라면 다 한번씩 들어봤을만한 단어들입니다. S반, U반.
저는 개인적으로 독일의 대중교통을 이렇게 분류합니다.
- RE (Regional Express): 광역급행전철
- RB (Regional Bahn): 광역전철
- S-Bahn: 전철
- U-Bahn: 지하철
- Tram(혹은 Straßenbahn): 트램, 노면전차
- Regiobus: 광역버스
- Bus: 일반적인 시내버스
멀리가는 교통수단 혹은 대용량 교통수단 부터 점차 작은 범위로 교통수단을 분류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광역급행전철과 광역전철의 경우 운행거리가 상당히 길기 때문에 근거리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독일법에서의 규정도 그렇고 운영시스템적인 면에서도 장거리 철도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운영이 되며 대중교통 승차권으로 승하차 및 환승이 가능합니다. 광역전철은 대부분 2층으로 구성된 객차가 운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수요에 따라서는 소형객차, 전력선이 구비되지 않은 시골지역의 경우는 디젤전동차도 운행됩니다.
(사진: 독일 대표 철도회사 DB의 광역전철, 산간오지로 가는 열차의 경우 소형화되어 있음 © 최원호)
S-Bahn(S반)은 규모가 비교적 큰 도시와 도시 외곽을 연결하는 대표적인 철도교통수단입니다. S반의 경우는 대부분 지상에서 운행되며 경인선 전철, 경의선 전철을 생각하시면 상당히 유사하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기존 장거리 열차와 같은 선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플랫폼도 일반 역사의 플랫폼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S반의 경우는 급행형태는 없고 모든 역에 정차합니다.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주말 혹은 본선,지선의 형태에 따라서 운행간격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U-Bahn(U반)
영어 발음이 아니라서 독일어 발음으로는 우-반이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 말하는 지하철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땅 밑으로 다니는 전철을 독일에서는 U반이라고 합니다. 서울의 경우는 워낙 대도시라 지하철이 10량 1편성까지 운행되지만 독일의 경우 베를린이나 뮌헨 같은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좀 더 작은 규모로 지하철이 운영됩니다. 대부분 시내에서 도시 외곽까지 운행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도시가 몰려있는 일부 지역에서는 시경계를 넘어 다른 도시까지 운행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경계를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열차의 크기도 S반에 비해서는 작은 것이 한국과 다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경전철이라고 분류하는 규모로 운영되는 독일의 지하철(U반)이 많이 있습니다.
Tram (Straßenbahn)
독일에서는 슈트라센반이라고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트램이라고 보통 알려져 있습니다. 트램의 경우는 일반적인 도로위에서 주행을 하며, 때론 버스 또는 승용차들과 차로를 공유하기도 합니다. 유럽의 경우는 오히려 지하철보다 트램의 역사가 더 길기 때문에 트램을 당연히 대중교통의 한 분야로 오랫동안 인식을 해왔습니다. 따라서 일반 도로에서 승용차들과 같이 다니며 운행하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승용차 운전자들도 운전면허를 배울 때 트램이 운행하는 도로에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배우기 때문에 생각보다 사고가 많이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트램은 일반 도로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정시성을 맞추는데 지하철이나 전철보다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만 다른 모든 운전자들보다는 우선권을 갖고 있습니다. 신호등이 고장난 교차로 혹은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트램이 무조건 우선 통행권을 갖고 있으며, 트램이 승객 승하차를 하기 위해 정차하는 경우엔 뒤따르는 승용차 운전자들도 무조건 정차를 해야합니다. 선로 설계상 트램이 도로 중앙에 정차하여 승객을 승하차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도로 중간에 내려서 승용차들이 다니는 차로를 지나 도로 가장자리 인도까지 걸어와야 하는데 승강장 없이 어떻게 도로 한 가운데에서 승객을 승하차 시키는지 한국인으로써 처음 독일에 왔을 때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
Regiobus (광역버스)
독일의 광역버스는 한국의 광역버스와도 같은 개념입니다. 도시 내에서 운행되는 시내버스와 달리 인접도시간, 같은 생활권인 서로 다른 도시를 연결하는 버스가 광역버스입니다. 급행형태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어서 한국과 거의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은 인구밀도가 높고 대부분 서울 인근에 많은 인구가 몰려 있기 때문에 광역버스의 수요가 대단하지만 독일의 경우는 한국에 비해서는 인구밀도가 낮고 시 외곽으로 나가는 경우엔 대부분 시골마을이기 때문에 그 풍경은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시내버스 처럼 정류장과 정류장 사이의 간격이 멀지 않으며 운행되는 버스 차종도 일반 시내버스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역버스의 집결지가 되는 중심도시의 경우 시내에 광역버스 터미널이 따로 있습니다. 한국의 터미널처럼 큰 규모는 아니지만 승하차 플랫폼이 여러개 있어서 각 방면별로 버스를 기다리고 승차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시내버스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버스입니다. 주로 도시내에서 운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경계밖에 인접한 마을까지 운행하기도 합니다. 베를린이나 뮌헨,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시내버스를 급행버스, 메트로버스와 일반버스로 구분하기도 하는데요, 급행버스는 일부 정류장을 정차하지 않고 건너뛰는 방식으로 승객 승하차 수요가 많은 정류장만 빠르게 연결하는 버스입니다.
(사진: 시내 중앙역에 위치한 버스터미널,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 최원호)
메트로버스는 시내 간선구간에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노선에서 10분 이내의 배차간격으로 운행됩니다. 버스는 전통적으로 사람들이 수요가 있는 구간을 돌고 돌면서 운행하는 것이 특징이라 일반 버스에 비해 메트로버스는 큰 도로망을 기준으로 가급적 직선화 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독일의 대중교통은 기본적으로 한 노선이 2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데 메트로버스는 10분 이내의 배차간격으로 비교적 자주 다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3분 배차도 많아서 10분 혹은 20분 배차간격이라고 한다면 많이 놀랄 수 있습니다만, 독일에서는 10분 배차면 버스가 자주 다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 효율적 대량수송을 위해 운행되는 굴절버스 © 최원호)
장거리 교통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대중교통에 대해서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번엔 장거리교통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죠.
장거리교통의 범주에는 50km이상 운행하는 도로, 철도교통을 의미합니다. 승객수송 뿐만아니라 화물운송도 장거리교통에 포함되기 때문에 화물열차나 화물트럭들도 장거리교통수단에 포함됩니다.
원래 유럽국가에서 장거리교통수단은 철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2012년까지는 광역철도노선을 보호하기 위해 독일내에서는 장거리 고속버스를 운행할 수 없었는데요, 이 규정이 2013년도부터 완전히 풀리면서 정류장간 거리가 50km 이상되는 장거리 고속버스를 독일내에서도 운행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이후 독일 및 유럽국가들은 고속버스붐이 일어났고 고속버스업계간 모노폴리 치킨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최근에 독일을 여행해보신 분들이라면 초록색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독일의 고속버스를 한번쯤은 이용해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고속버스붐으로 인해 장거리 철도교통이 큰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고속철도 ICE는 여전히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입니다. 고속버스의 등장 이후에 장거리 철도요금이 많이 저렴해 지고 있습니다. 철도 수익성 측면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승객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구입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한국의 경우 고속철도 KTX의 등장 이후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만, 독일은 여전히 고속철도 ICE와 일반철도 IC가 여전히 같이 운행되고 있습니다. 한국에 비해선 땅도 넓고 사방팔방으로 철도망이 연결되어 있기때문에 여전히 다양한 객차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사진: 2013년 부터 새롭게 등장하기 시작한 장거리 고속버스 © 최원호)
지금까지 독일(유럽)의 대중교통 수단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했는데 이해가 잘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다음호에서는 새로운 주제로 유럽의 대중교통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