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재미있는 소식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흔히 대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자가용 보다는 버스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독일에서 버스가 승용차보다 질소산화물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죠.
그야말로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은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하여 최근 EU위원회에서도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독일의 WDR이라는 방송사에서 버스가 승용차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실제 주행중인 버스들이 배출가스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승용차 이용자는 1인당 평균 0.3g/km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지만, 버스이용자는 1인당 평균 0.48g/km를 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독일연방환경청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버스 이용객 1인당 0.48g/km를 배출하여 승용차 이용자 1인당 0.3g/km보다 더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역환경청과 하겐시에서는 MAN버스와 Mercedes-Benz버스를 대상으로 배출가스를 측정하였으며 이중에서 유로5 버스들에 큰 문제가 있음을 밝혀내었습니다.
위의 도표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지역환경청과 하겐시에서 측정하여 보고한 자료를 차트화한 것입니다. 실제 유로5 기준치는 2g/KWh 이지만 실제 주행하는 버스는 제조사에 따라서 기준치의 최대 3배에서 5배까지 초과하여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일까요?
승용차와 경상용차는 다이나모미터 위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여 km당 배출가스를 측정합니다. 하지만 버스의 경우는 그렇게 측정하지 않고 엔진이 가동한 시간에 따라서 배출가스를 측정하여 KWh 단위로 배출가스를 측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승용차와 버스의 배출량을 비교하려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측정된 값을 한번 더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비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단위값을 맞춰봤더니 버스를 이용하는 경우 질소산화물을 더 배출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그러면 왜 유로5 차량들이 기준치보다 훨씬 초과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으며 제조사에 따라서 배출량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MAN은 유로5를 EGR방식으로만 충족하여 버스를 제작하였습니다. 배기가스 재순환 방식을 통해서 과다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일부를 다시 엔진으로 보내어 재연소를 시키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배출가스를 좀 더 정화하게 됩니다.
반면에 Mercedes-Benz는 SCR방식으로 유로5를 충족시켰습니다. AdBlue라고 하는 액체화된 요소수를 별도로 주입하여 별도의 촉매컨버터에서 요소수와의 촉매반응을 통해 질소산화물을 저감시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시내버스의 경우 장시간의 저속운행, 잦은 정차 및 신호대기 등을 통해 엔진열이 충분히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촉매반응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배출가스 저감 수치가 기준치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결론을 얻어냈습니다. 고속운행 차량과 장거리 운행 차량에서는 큰 문제가 없으나 시내버스에서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제조사에서는 출고 당시 모두 배출가스 기준에 충족하여 차량이 제작되고 출고되었으며 저속운행에서도 배기계통이 충분히 뜨겁다고 해명하였습니다.
하지만 시험 방식과 실제 운행에는 큰 차이가 있으므로 시험에는 통과 했더라도 실제 주행시에는 기준을 초과하여 배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쨎든 제조당시 테스트 규정으로는 이상이 없는 버스들이었으므로 제조사의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을 것입니다.
독일연방환경청은 이와 관련하여 기준치를 훨씬 초과하여 질소산화물을 배출하고 있음을 깨닫고 기준을 초과하는 차량들에 대해서 별도의 후처리장치를 보완하여 기준에 적합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베를린 시에서 운행중인 유로5 차량 150대에 대해서는 확실히 조치를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폭스바겐 스캔들로 시작된 EU위원회의 유럽내 대대적인 조사가 독일 연방정부, 주정부의 실측을 하게 하였고 그 결과 버스에서 예기치 않은 결과를 발견하게 된 셈입니다. 어쨎든 유럽내에서 디젤엔진의 부정적 영향이 주목받고 있고 질소산화물의 위험성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는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환경보호를 위해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해왔는데, 상반된 결과가 나왔으니 이것또한 난감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미 유로6로 변경이 되었고 0.2g/KWh라는 정말 작은 기준치와 시내주행 조건까지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유로6 차량들에 대해서는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운행중인 차량들이 모두 대폐차 될때까지는 질소산화물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이 가슴 아프게 하네요.
[이 글은 독일연방환경청과 WDR TV의 보도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글 : 최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