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file_image by- 최원호
  • 03 Mar,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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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교통 2020 겨울호] 버스관련 어떤 기관들이 있을까?

이번호에서는 버스관련하여 독일에 산재해 있는 여러 기관들에 대해 살펴보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해보고자 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세계사 시간에, 독일은 예로부터 길드라고 하는 조합이 상당히 발달한 나라라고 배웠습니다. 이런 길드제도는 현대시대로 넘어오면서 상업, 공업, 노동분야 등 다양한 분야로 조합문화가 확대됩니다. 그렇다면 버스관련해서는 어떤 조합들이 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은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지 버스교통 2020년 겨울호에 연재한 내용입니다.

UITP
독일의 조합을 살펴보기 이전에 전세계 가장 상위 기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세계교통연합회부터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UITP는 프랑스어 Union Internationale des Transports Publics의 약자로서 전세계 96개 이상의 국가에서 운수조합이나 유관단체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중교통관련 국제연합입니다. 벨기에에 위치해 있으며 정기적으로 전시회 및 포럼등을 주최하여 대중교통 관련 기술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교통정책을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각종 프로젝트성 사업을 진행하여 버스 혹은 트램, 전철 등의 교통수단의 새로운 표준, 미래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 버스관련 UITP 핵심 프로젝트
EBSF : 2008년~2013년, 차세대 유럽 표준형 시내버스 모델 연구
ZeEUs : 2012년~2018년, Zero-Emission 시내버스 개발 및 운영 프로젝트
EBSF2 : 2015년~2018년, 전기버스 및 인텔리전트 메니지먼트
JIVE : 2017년~2022년, 유럽 22개 도시에 약 300대의 수소버스보급 예정

사진: JIVE 프로젝트의 일환인 수소연료전지버스(사진: JIVE 프로젝트의 일환인 수소연료전지버스)


VDV
VDV는 Verband Deutscher Verkehrsunternehmen의 약자로 독일 운송사업자연합회 정도로 해석하면 됩니다. VDV는 독일에서는 대중교통과 관련하여 최상위 연합회이며, 세계적으로는 UITP에 소속이 되어 있습니다.
한국과 비교를 한다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비슷한 성격의 조직입니다만 한국과 차이가 있다면 독일의 경우 전국연합회 산하에 지역 조합이 가입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개별 운수회사들이 직접 가입되어 있는 점이 한국과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버스운송업 분야 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으로써 철도교통과 철도화물운수사업자까지 가입되어 있습니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VDV 산하에는 독일 전역의 567개의 운수사업자와 지역조합 및 유관업체들이 가입되어 있습니다.

VDV

Verband Deutscher Verkehrsunternehmen

본사 및 지역사무소

본사 : 베를린

지역사무소 : 독일 9개 지역에 지역사무소 운영

회원사

버스운수회사

트램 및 지하철 운수사

여객철도운수사

화물철도운수사

지역조합 및 요금연합회

철도인프라구축회사

역대 주요업무

철도표준차량모델개발

시내버스 표준모델 개발 (1세대 및 2세대 모델)

VDV 표준 제정

현재 진행형 주요업무

산하기관

VDV-아카데미 (2001년부터)

eTicket 독일 표준 (2003년부터)

VDV-철도산업포럼 (2013년부터)

 

VDV에서 진행했던 시내버스 및 철도표준차량모델의 경우는 과거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로 시내버스 표준모델의 경우는 2세대 모델이 1980년대에 주로 생산이 되었고, 1990년대 들어서면서 버스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저상버스를 생산하고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면서 실내 계단이 있던 VDV 표준시내버스모델은 자연스럽게 단종의 절차를 밟게 됩니다.
하지만 VDV 234 규정에 의해 표준 운전석 대시보드는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으며 계속해서 업그레이드가 되어 독일의 경우 출고차량의 75% 이상에서 VDV 표준 대시보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VDV 표준 대시보드의 가장 큰 특장점은 스위치 모양 및 위치가 규격화되어 있어서 제조사와 상관없이 동일한 디자인을 채택하고, 기능 또한 동일해서 매번 차량 모델이나 연식이 바뀌더라도 동일하게 작동하여 오작동의 위험이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경우 버스제조사에 따라서 출입문 열고 닫는 스위치의 방향이 반대로 작동하고, 실내등 스위치 위치라든지, 비상깜박이 작동 스위치도 메이커에 따라서 다르기 때문에 차량 모델이 변경되거나 연식이 변경되는 경우 작동법을 새로 익혀야 하는 것과 비교해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VDV 표준 대시보드의 경우 핸들의 기울기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경우에 대시보드가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에 키가 작은 운전자 혹은 키가 큰 운전자, 팔의 길이에 따라 핸들과 대시보드 스위치의 높낮이 및 거리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운전자가 가장 편안한 자세로 핸들 조작 및 각종 스위치, 기어변속 스위치를 조작 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버스들은 모두 대시보드가 차체에 고정이 되어 있고 핸들만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각종 스위치가 손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볼펜 케이스나  긴 플라스틱 스위치를 출입문 작동 레버에 붙여서 사용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좌: 전통적인 VDV 표준 운전석 대시보드, 버스제조사 상관없이 동일함
     우: VDV 표준 운전석 대시보드를 개선한 벤츠의 신형 대시보드)

VDV가 하고 있는 중요한 업무의 하나 중에는 eTicket Deutschland라는 것도 있는데요, 아직까지도 독일은 종이 승차권을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점점 더 전자승차권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버스카드, 핸디티켓 등이 독일에서는 eTicket에 해당되는데요, VDV에서는 전자교통카드에 대한 표준을 제정하고 핵심 주요 프로토콜 및 S/W를 개발, 공급하고 있습니다. 각 카드제조사, 단말기 제조사들은 VDV의 표준 프로토콜 및 S/W를 기반으로 최종 제품을 개발하여 운수회사에 공급합니다.

(이미지: 스마트폰으로 구매가 가능한 버스티켓)

교통 및 요금연합회
지난 독일버스이야기 2편에서 독일의 교통연합회 및 요금연합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드렸었습니다. 독일 전역에 140여개의 교통 및 요금연합회가 있습니다. 이 연합회들은 VDV에 소속되어 있기도 하죠.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지역버스운송사업조합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독일의 경우, 하나의 도시가 조합이 되는 경우도 있고, 교통생활권에 따라서 주(한국의 도)가 다르지만 하나의 조합으로 되는 경우도 있어서 정확하게 행정구역으로 나뉘지는 않습니다.

 

명칭

지역

유형

요금제도

AVV

아헨 및 인근지역

요금연합회

구간 요금제

AVV

아우구스부르크 및

인근지역

요금연합회

구간 요금제

GVH

하노버 및

인근지역

운수사업조합 및

지역조합이 혼합된 형태

구간 요금제

HVV

함부르크 및

인근지역

요금연합회

구간 및 원형요금제

KVV

카를스루에 및

인근지역

요금연합회

벌집 모양의 구간 요금제

MVV

뮌헨 및 인근지역

요금연합회

구간 요금제

RFV

프라이부르크 및

인근지역

운수사업조합

구간 요금제

RMV

프랑크푸르트 및

헤센주 지역

요금연합회

구간 요금제

RNN

마인츠 및

인근지역

운수사업자 및

지역연합이 혼합된 형태

벌집 모양의 구간 요금제

VBB

베를린 및

브란덴부르크

요금연합회

구간 요금제

VGN

뉘른베르크 및

인근지역

운수사업조합 및

지역연합이 혼합된 형태

구간 요금제

VRR

퀼른, 뒤셀도르프, 에센 등

운수사업조합 및

지역연합이 혼합된 형태

구간 요금제

VVS

슈트트가르트 및
인근지역

운수사업조합 및

지역연합이 혼합된 형태

구간 요금제

(표: 한국인이 많이 찾는 독일 도시의 교통 및 요금연합회)

표를 보면 유형이 조금씩 다른데요, 순전히 운수사업자들이 모여서 만든 운수사업조합도 있고, 여러 운수조합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요금연합회를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조합 구성원이 운수사업자 뿐만 아니라 지역연합이라든지, 시민단체 혹은 특수목적법인 등이 될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운수사업조합과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합의 역할이 단순히 사업자의 입장만 대변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입장도 대변하게 되어서 대중교통으로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들 조합의 핵심 목적이 되겠습니다.

특수목적조합 ZRNN
(시와 읍면단위의 마을이 함께 특수목적조합 설립)

마인츠시, 알제이, 바트 크로이즈나흐, 비켄펠드, 빙엔

운수사업자

ORN, vlexx, DB Regio Bus Mitte, 바트 크로이즈나흐 시내버스, VIO, 빙엔도시공사 등

(차트: 지역연합과 운수사업자가 혼합된 버스조합의 예시)

교통 및 요금연합회는 무슨 일을 할까?
특정 지역의 대중교통을 운영, 유지관리를 하는 것이 가장 큰 업무중의 하나입니다. 소속된 여러 운수회사 및 도시들에서 동일 요금제도를 사용하고 관리, 정산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며, 노선 및 차량의 운행관리감독을 하게됩니다. 이 외에도 대고객서비스, 노선조정, 운행시간조정, 신규노선 설립, 승차권 판매요금 정산, 차량 운송원가 산정 및 정산 등의 업무도 담당하게 되어 기획, 관리, 운영, 정산, IT 등 대중교통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운수회사 상위 기관으로써 담당을 하게 됩니다.

ver.di 노동조합
독일에서는 여러 노동조합이 있습니다만, 버스운수업 분야에서는 ver.di라는 노동조합에 모두 소속되어 있습니다. ver.di가 지금의 형태를 유지한 것은 2001년 인데요, 사무노조, 우체국노조, 은행 및 보험노조, 언론노조, 공공서비스 및 운수노조를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연합노조를 탄생시켰습니다.
한국은 복수노조가 허용이 되어서 한 운수회사에 2개, 많게는 3개의 노조 까지도 설립되는 경우가 있고, 각 노조원들끼리 이해관계나 의견충돌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독일의 경우 버스운수업의 경우는 ver.di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노조 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로 구분됩니다. ver.di를 제외하고는 금속노조, 화학노조, 건설노조 등 운수업에 해당되지 않는 노조들이어서 운수업종은 ver.di 노동조합에만 소속이 됩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해서 차별대우를 당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에 가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순전히 개인의 의사에 따르며, 그 결정에 대해서는 모두 존중하고 있습니다.
매달 급여의 일정 퍼센트를 노조가입비용으로 지불해야 해서 의외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버스기사들이 많이 있으며, 노조의 정책이나 결정에 실망을 하는 경우, 노조를 탈퇴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모든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회사 내부에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들은 회사 자체의 노동자위원회를 통해서 해결해 나갑니다. ver.di라는 전국단위의 노동조합이 필요한 경우는 국가 전체적인 정책이나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 대해 전국의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의견을 타진하고 풀어나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일 수 있는데요, 급여협상을 ver.di 노동조합에서 합니다. 능력제 사무직의 경우는 각 개인이 회사 대표와 연봉협상을 하지만 버스기사나 정비직 같은 현장직의 경우는 복지혜택과 급여에서 차별되지 않도록 ver.di에서 단체협상을 진행합니다.
독일 버스기사의 급여는 주(한국의 도단위)마다 공영버스 급여표, 민영버스 급여표가 있는데요, 독일에 16개의 주가 있으므로 총 32개의 버스기사 급여제도가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32개 급여제도가 모두 협상시기가 다르고 현재 급여 상태나 복리후생제도가 모두 다른데요, 급여협상시기가 되면 ver.di에서 해당 지역을 위한 급여협상팀이 꾸려지게 되고 노동자를 대신해서 급여협상을 진행하게 됩니다.
공영버스라고 해서 민영버스에 비해 급여를 더 높게 받는 것은 아니구요, 급여협상팀에서 얼마나 잘 하는가에 따라서 최종 결과가 달라지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같은 지역이라도 민영버스가 협상결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한번 불리하게 협상이 마무리 되는 경우 최소 2년~3년 정도 재협상기간까지는 추가협상이 없기 때문에 특정 지역이 다른 주에 비해서 급여가 현저히 적은 경우도 발생하게 됩니다.
예로부터 슈트트가르트가 있는 바덴 뷔르템부르크주와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 퀠른, 듀셀도르프 등이 있는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주가 버스기사 급여가 높은 편이며, 독일 수도인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가 있는 헤센주가 급여가 타 지역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파업도 시민 불편 최소화하면서
급여 협상 시기에는 노동조합도 사업자 대표단도 모두 눈치싸움 및 기싸움이 대단하기 때문에 서로 밀리지 않기 위해서 처음 모임에서는 서로 의견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이런 경우에는 경고성 파업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제가 겪어본 바에 의하면 급여협상시기에 보통 한 번 정도는 의례적으로 경고성 파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식 파업이 아니라 형식적인 경고성 파업이기 때문에 파업을 하더라도 시민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날로 선택하여 파업을 합니다. 예를 들면 학생들 방학기간에 파업을 한다거나 대중교통 수요가 적은 일요일에 하루만 파업을 하는 것이죠.


(사진: 급여 협상이 잘 되지 않는 경우 경고성 파업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노동조합은 노조원들에게 다양한 혜택으로 보답하려고 하는데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거나, 노조원들에게 특별 휴가혜택을 제공하기도 하며, 교통사고나 문제 발생시 변호사 선임 등의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토론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따르는 분위기라서 강경하게 파업을 한다거나 혹은 급여협상 결과에 불복하는 반대세력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서로간에 의견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성을 높이며 언쟁을 펼치기 보다는 각자의 논리로 차분하게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 독일의 문화라서 때론 싱겁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서로 싸울일이 별로 없고 좋든 싫든 차분하게 마무리가 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독일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는 버스관련기관들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나라의 유관조직들과 비교해 보고 서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게시물은 최원호님에 의해 2022-03-05 14:46:36 리뷰 및 평론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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