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file_image by- 최원호
  • 04 Mar, 2023
  • 0건
  • 1,303회

독일의 버스전용차로와 버스전용신호체계

이 글은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이 발행하는 계간지 버스교통 2022년 봄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버스전용차로는 교통정체가 잦은 현대 도시에서 가장 저렴한 인프라 투자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전철에 비해 투자비용이 훨씬 저렴하여 철도노선을 신설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일반 교통과 도로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교차로에서의 혼잡이나 사고의 위험성이 늘 염려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대중화된 버스전용차로지만 독일의 버스전용차로와 버스전용신호체계를 살펴보면 앞으로 한국의 중소도시에서도 새로운 방법으로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획기적으로 운영 시킬 수 있다고 판단되어 이번호를 통해 독일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한국의 버스전용차로 현황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의거하여 1991년부터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기 시작하였으며, 2004년 이후 한국은 서울을 시작으로 중앙버스전용차로를 대대적으로 확대 실시하면서 대중교통으로서 버스의 통행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기존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버스의 원활한 통행을 확보한 것이 큰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도로 공간을 최대한 활용을 해야하다보니 정류장 부근의 차로가 지그재그로 디자인을 할 수 밖에는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국으로 확대된 버스전용차로는 가로변버스전용차로와 중앙버스전용차로를 합하여 약 130여개소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는 버스전용신호등까지 설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 서울시 중앙버스전용차로 ©최원호
(사진: 서울시 중앙버스전용차로 ©최원호)


2. 독일의 버스전용차로 현황
독일에서는 세계 최초 1968년 비스바덴시를 시작으로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비스바덴시는 기존의 트램선로를 철거하고 버스노선으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버스의 통행을 원활하게 보장받기 위해서 도로정체가 발생되는 구간을 버스전용차로로 지정하여 운영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1970년도에는 베를린시에도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었고, 1971년엔 독일의 도로교통법에 버스전용차로가 있는 구간에서의 통행방법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되게 된다.

독일 도로교통법 제 9 조 3항 (번역)
교차로에서 회전하려면(우회전, 좌회전 등이 해당, 편집자주) 다가오는 철도차량, 자전거, 초소형전기차가 옆차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통행하고 있다고 해도 우선 지나갈 수 있도록 양보를 해야 한다. 이 규정은 특별차로를 이용하는 노선버스나 다른 자동차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보행자에 대해서는 더욱 더 특별하게 주의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멈춰야 한다.

 

이후 독일의 여러 도시들이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하면서 많은 도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운영하고 있다.
독일의 버스전용차로는 한국과 다르게 노선버스에 대해서만 통행이 허용이 되며, 스쿨버스 표지판을 장착한 스쿨버스는 인석수에 상관없이 이용을 할 수 있다. 또한 버스 이외에 자전거와 전동킥보드가 통행이 허용되고 있는 반면에 노선운행을 하지 않는 관광버스의 경우는 통행이 제한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한국처럼 버스전용차로가 장거리로 설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체가 발생하거나 다른 교통수단과 혼란이 발생될 수 있는 구간에서 짧게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는 것이 특징중의 하나이다.

사진: 1968년에 세계 최초로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었던 거리엔 아직도 버스전용차로가 있다. ©최원호
(사진: 1968년에 세계 최초로 버스전용차로가 설치되었던 거리엔 아직도 버스전용차로가 있다. ©최원호)


3. 독일의 버스전용신호등
독일의 거의 모든 버스전용차로에는 버스전용신호등이 설치되어 있는데, ÖPNV-Bevorrechtigung(대중교통-우선)이라고 해서 대중교통수단에 우선적으로 통행권을 부여하기 위해 설치되는 것이 특징이다.
1970년대부터 시내교차로에서 연동신호체계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고 시행되었는데, 연동신호체계에 가장 큰 혜택을 받는 수단은 일반 자가용들이며, 정류장에서 승객을 승하차 시키는 버스나 트램의 경우는 연동신호체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추가적으로 신호등 빨간불 앞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따라서 대중교통에 우선혜택을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논의되기 시작하였으며 1980년대 부터는 대중교통 우선신호가 스위스 및 독일에서 확대 적용되기 시작한다.
대중교통 우선신호는 철도신호등(트램신호등)에서 유래하였으며 Straßenbahn-Bau- und Betriebsordnung(BOStrab, 트램건설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의해 신호등 인프라 설치에 대해 규정이 되어 있다.

사진: 독일의 버스전용신호등. 일반차로 신호등과 구별하기 위해 하얀색상의 트램신호등을 버스전용차로에 적용 ©최원호(사진: 독일의 버스전용신호등. 일반차로 신호등과 구별하기 위해 하얀색상의 트램신호등을 버스전용차로에 적용 ©최원호)

* 독일의 대중교통 우선신호등 모양 및 의미
일반 신호등과 구별하기 위해 하얀색으로 표시함

독일의 대중교통 우선신호등 모양 및 의미

4. 버스전용차로와 버스전용우선신호의 활용사례
도대체 독일의 버스전용차로는 무엇이 특별할까? 한국의 가로변 버스전용차로와 별다를 것이 없어보이는데 그 안에 어떤 기능이 숨겨져 있길래 한국에서 배울점이 있다는 것일까?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독일의 버스전용차로에는 거의 항상 버스전용신호등이 설치 되어 있다. 각 도시마다 각각의 교통정책이 있고 운영방안이 있으므로 모두 다 똑같다고 할 수 없지만, 일반 교통과 버스 교통이 교차로에서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버스전용신호등을 설치하는 경우도 있고, 버스 교통이 교차로에서 일반 교통보다 우선하여 신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독일 비스바덴의 경우 버스전용차로를 세계 최초로 설치한 도시답게 버스에 우선적으로 교차로 통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버스전용신호등이 운영이 되고 있으며, 일부 교차로의 경우는 승용차와 버스의 회전반경이 달라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신호등을 운영하기도 한다.

- 사례 1 : 사고 방지를 위한 버스전용신호 사례
사례 1 : 사고 방지를 위한 버스전용신호 사례


- 사례 2 : 교차로에서 항상 버스가 먼저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
사례 2 : 교차로에서 항상 버스가 먼저 통과할 수 있도록 설계

  • 교차로 60m전 버스정류장, 교차로 50m 전 버스전용차로 끝나고 우회전 차로 시작
  • 교차로 50m전 신호등 먼저 빨간불 그 다음 시간차를 두고 교차로 신호등 빨간불 작동으로 항상 50m의 공간 확보
  • 확보된 공간에 버스전용신호등으로 최대 4대의 버스가 우선 진입하도록 함
  • 교차로 50m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어 승용차가 버스 뒤에 자리잡고 교차로 신호등이 초록불이 되어 차량 통과
  • 버스 대기 숫자에 따라 승용차는 1열만 통과가 가능하거나 최대 4열~5열까지 통과가능
  • 버스는 일반차로에 아무리 많은 차량이 대기하고 있어도 매 신호마다 최대 4대가 우선하여 통과 가능
  • 교차로 최상단에는 자전거 대기차로가 확보되어 있어서 자전거 이용자들이 가장 우선하여 안전하게 좌,우회전 직진할 수 있도록 설계함
  • 일반차로가 초록불일 경우 버스전용신호등이 꺼져서 버스가 일반차로 초록불에 같이 주행할 수 있음.
  • (설명: 버스전용신호등이 작동하는 상태에서 ‘정지’를 표시하면 버스는 해당 신호등을 통과할 수 없지만 버스전용신호등이 완전히 꺼져버리는 경우엔 버스는 전용신호등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차로 신호등을 보고 주행한다. 해당 교차로의 버스전용신호등은 ‘일반차로 빨간불 + 버스직진’과 ‘일반차로 초록불’로 작동하여 버스는 상시 초록불인 상태가 된다.)

- 사례 3 : 직진, 우회전만 가능한 교차로에서 버스에게 좌회전 허용
사례 3 : 직진, 우회전만 가능한 교차로에서 버스에게 좌회전 허용


- 사례 4: 여러 교차로에 걸쳐 연동 신호 및 버스우선 신호체계
사례 4: 여러 교차로에 걸쳐 연동 신호 및 버스우선 신호체계

  1. 노란색 표시된 버스부터 1번 신호등에서 ‘승용차 빨간불-버스통과’신호를 받고 2번 교차로에 가장 맨 앞 줄에 위치
  2. 2번 교차로에서 앞줄에 배치된 버스들부터 ‘초록불’ 일반 신호를 받고 좌회전 또는 직진 주행
  3. 노란색 버스가 도착할 즈음에 3번 교차로는 ‘초록불’에서 ‘승용차 빨간불-버스통과’ 신호로 전환됨
  4. 4번 교차로 대기열에 버스가 가장 앞줄에 포지셔닝 할 수 있으며 ‘초록불’ 신호로 버스가 대기없이 좌회전,직진,우회전. 3번 위치의 승용차로는 여전히 ‘빨간불’
  5. 버스가 5번 위치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면 6번 신호는 ‘빨간불’, 승객 승하차시간을 감안하여 1분 후 ‘초록불’로 변경. 3번 위치의 승용차로가 ‘초록불’로 변경되어 승용차들 통과가능
  6. 5번 위치에서 승하차를 마친 버스가 출발할 때 쯤 6번 신호가 ‘초록불’이 되어 교차로 대기 없이 통과 가능. 4번 교차로를 통과한 승용차가 지금쯤 5번 위치에 도착하여 자연스럽게 버스 뒤쪽으로 포지셔닝 됨
  7. 이후 3개의 교차로가 버스 승하차시간을 감안 한 주행패턴에 맞춰서 ‘초록불’ 연동신호로 작동됨
  • 약 2km구간 9개의 신호등을 버스전용신호등과 일반신호등을 혼합하여 버스주행패턴에 맞추어 신호가 작동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 버스는 교차로나 횡단보도 앞 신호등에서 대기없이 통과가 가능하도록 설계함
  • 따라서 승용차의 경우는 횡단보도나 교차로 앞 신호에 걸리게 되어 있어서 통과시간이 길어짐
  • 타고내리는 승객이 없어서 버스가 정류장을 무정차통과하는 경우는 교차로 앞에서 신호에 걸리게 됨

- 사례 5: 시내 유입 교통량을 조절하기 위한 대기열(Queue) 생성
사례 5: 시내 유입 교통량을 조절하기 위한 대기열(Queue) 생성

  • 고속화도로가 끝나고 시내로 진입하는 부분에 신호등을 설치
  • 기존에 갓길이었던 부분을 버스전용차로로 전환하고 버스전용신호등을 설치함
  • 주기적으로 신호등이 작동하여 시내로 진입하는 차량을 일정한 간격으로 조절하고 대기큐를 생성함
따라서 시내구간에서 심했던 정체가 약화됨
  • 버스가 전용차로에 진입하게되면 센서감지를 통해 신호등 앞에서 정차하지 않도록 일반차로를 강제로 ‘빨간불’로 변경하고 버스통과신호를 작동함
  • 정체가 없고 통행량이 적은 일요일에는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음

- 사례 6: 트램 선로 이용을 위해 버스가 가로변에서 중앙으로 가로지르는 경우
사례 6: 트램 선로 이용을 위해 버스가 가로변에서 중앙으로 가로지르는 경우

5. “유레카!” 한국의 중소도시에서 해법이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자가용, 트럭, 버스 등이 모두 도로교통으로 한데 어우러져 차로도 공유하고 신호등도 공유하고 있다. 많은 도시에서 버스의 정시성을 확보하고 싶지만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일반차로를 줄이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버스전용차로는 장거리 구간으로 길게 계획하는 것이 목표였고, 가로변 전용차로 보다는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마치 유일한 해법인 것으로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도시를 제외한 중소도시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또한 버스의 정시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자가용 이용자들이 겪어야 할 불편, 도로정체 등이 민원이라는 화살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각 지자체에서 대중교통 우선 정책을 펼치는데 쉽지 않다.
하지만 100m 혹은 200m의 짧은 버스전용차로만으로도 효과를 크게 거둘 수 있는 방법들이 많이있다.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독일의 버스전용차로를 통해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존의 모든 도로 요소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큰 공사를 거의 하지 않아도 상당히 많은 교차로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고, 버스에게 우선적으로 통행을 확보해 줄 수 있는 방안이 무수히 많을 것으로 사료된다.
직진하는 버스와 좌회전하는 버스의 정류장을 구분해서 운영하던 곳에는 하나의 정류장으로 통합한 후 버스신호와 일반신호를 구분하여 운영하여 사고위험도과 교차로 혼잡도 줄이면서 동시에 승객들의 환승편의 또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스레 버스의 통행속도 향상과 정시성도 확보할 수 있을테니 여러 장점이 많을 것이다.
필자의 이번 글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버스전용차로 운영방법에 대해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되길 바라며, 많은 지자체에서 새로운 해법을 찾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1. 서울시,‘버스삼색등’시범운영 마치고 본격설치,  서울시 보도자료, 2016.07.14
  2. Busspuren in Wiesbaden. Hessische Landesregierung
  3. StVO(Straßenverkehrsordnung) § 9
  4. Straßenbahn-Bau- und Betriebsordnung (BOStrab)

 

0 Comments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